선진국 증시와 신흥국 증시의 디커플링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디커플링이 지속되고 있다. 신흥국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이후 2009년 반등장에서 선진국 증시와 커플링되며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였으나 2010년 말부터 선진국 증시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42개월째 디커플링 되고 있다. 디커플링은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 관계가 아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동조화 관계를 말한다.
통상 신흥국의 증시는 기업이익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진국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가진다. 즉 글로벌 증시가 상승추세(경기호황국면)에 있을 때 신흥국 증시는 높은 기업이익을 바탕으로 선진국 증시 대비 더 높은 상승을 보이고,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는 위험자산 회피현상으로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낸다.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간 수익률을 보면 1990년대 후반 신흥국의 금융위기, 2000년 초반 IT버블붕괴, 2000년 후반 선진국 금융위기 때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그 외의 경우 선진국 대비 높은 상승을 보이는 등 흐름은 동일한 방향(커플링)을 보였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 2011년 4월 말 이후 수익률을 보면, 미국과 일본이 30%대 이상 상승한 반면, 러시아와 브라질, 중국은 15%이상 하락하며 선진국 증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증시는 하락하는 디커플링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 증시 부진의 이유
디커플링의 원인으로는 선진국과 신흥국간 GDP성장률 격차 축소와 신흥국의 경상수지 적자, 기업이익 성장률의 격차 축소를 꼽고 있다.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 강세를 보였던 2000년대는 신흥국과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차이가 확대되던 시기로 경기모멘텀의 차이가 두 시장간 증시 상승률을 결정지었다. 반면 2011년을 기점으로 신흥국과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차이가 축소되면서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현재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했지만 신흥국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기업이익 증가율 측면에서도 통상적으로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 이익증가율이 선진국을 앞서는 것이 일반적이나, 2010년 이후 중국을 위시로 한 신흥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저금리, 저성장 상황이 지속되면서 선진국의 이익증가율이 앞서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정책(양적완화)은 글로벌 자본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던 주요 원천으로 위험자산 특히, 신흥국의 자산가격 상승에 일조를 했으나, 미국의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 중심으로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감으로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미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는 850억달러의 양적완화 규모를 2013년 12월에 100억달러 축소한 이후 2014년 1월, 3월에 각각 100억달러씩 추가 축소를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매월 100억달러씩 축소해서 4분기에는 양적완화정책을 종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4년 3월 중순 이후 신흥국 증시 강세
이에 따라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증시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 유입되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선진국의 대표적인 증시인 미국과 독일 증시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58개월 상승하며 강세장을 보이고 있고, 특히, 미국 증시는 경기회복 속도보다 더 빠른 상승세를 보이며 작년말 시가총액 22조 달러, 명목GDP 대비 1.3배를 넘어섰다. 미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PER은 3월말 기준 16.8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바이오나 헬스케어, 인터넷 등 일부 업종에서는 20배를 넘어섰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도 최근 2년간 PER의 범위와 현재 PER수준을 보면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대부분 최근 2년간 PER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반면에 신흥국 증시는 그동안 증시 하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MSCI신흥시장 지수 PER는 2009년 8월 말 13배에서 점차 낮아져서 현재는 10배 수준이며 신흥국의 최근 2년간 PER의 범위와 현재 PER수준 역시 평균값 아래에 있다. 글로벌 주식형펀드 자금은 신흥국 증시에서 2013년 3월 이후 추세적으로 자금유출이 지속됐으나, 선진국의 버블논란에 따른 상대적 밸류에이션 매력과 옐런 연준의장 저금리 유지 지속발언 등에 따라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며 금년 3월 중순부터 순유입으로 전환됐으며, 현재 3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가 조정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2014년 3월 중순 이후 급등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디커플링되고 있다. 3월 중순 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었는데, 2014년 4월 15일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을 보면 브라질이 15.56% 급등한 가운데, 러시아 8.29%, 인도 4.03%, 중국 3.34% 상승했다. 브릭스국가 증시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신흥국 증시의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선진국 증시인 북미주식은 같은기간 -4.2%, 일본 -2.93% 하락하면서 조정을 보였다.
그렇다면 신흥국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신흥국 증시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글로벌 주식형펀드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신흥국 증시의 부진의 원인이었던 펀더멘탈이 호전되고 있는 것일까? 신흥국 증시의 상승 이면에는 밸류에이션 매력뿐 아니라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자본이탈 우려감이 옐런 연준의장의 저금리 기조 지속발언으로 완화되고,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선거를 앞둔 신흥국들의 정권교체에 따른 구조개혁 기대감, 중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 가능성 등에 따른 것으로, 시장에서는 펀더멘탈의 호전여부와 관계없이 상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저평가된 자산에 대한 저가매수로 인한 반등 정도로 보고 있다.
주된 이유로는 신흥국의 부진한 펀더멘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업 지표인 PMI지표가 부진하면서 경기둔화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들의 제조업지표 역시 일부 개선은 있었으나 경기가 계속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3월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됐으나, 상품가격 회복이 쉽지않은 상황에서 수출이 감소하고 있어 추가적인 펀더멘탈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인도네시아는 기준금리 인상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나, 통화긴축에 따른 금리상승 부담이 발목을 잡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부 진정되고 경상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서방권의 경제 제재가 가시화될 경우 펀더멘탈이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
또한 옐런 연준의장의 저금리기조 유지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지표 호전에 따라 연말까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은 지속될 전망이며, 2015년에는 금리인상까지 예정되어 있는 것도 신흥국 증시의 상승에 부담이 되고 있어 아직까지 추세의 전환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대한 미니 경기부양 기대감, 미국의 저금리 기조 유지, 유로존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실행 가능성 등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신흥국 증시의 강세는 단기간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