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달리 올해는 일찌감치 배당 관련 뉴스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향후 투자하기 위해 기업이 가지고 있거나(내부 유보), 주주에게 다시 돌려주는(배당) 경우이다. 1년 동안 번 돈의 집계는 대개 12월 말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찬바람이 불어야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현 정부의 2기 경제팀에서 배당 관련 정책 발표를 내놓으면서 한여름부터 배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몇 가지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 중 배당 관련 정책도 포함되어 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 도입과 연기금의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 강화, 배당주가지수 개편 및 배당에 대한 주주총회 보고 등 배당확대정책이 주요 내용이다. 이 중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세부담 인하와 기업 유보금에 대한 과세 입장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동안 박스권에 갖혀 있던 KOSPI는 정부 정책 발표를 계기로 100pt 가량 상승했고,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돌파했다. 그동안 한국증시의 저평가 이유가 낮은 배당수익률 때문이라는 지적이 수차례 있었던 만큼 이번 배당확대정책에 따라 국내증시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도 시장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주요 배당관련 정책 내용은?
8월 6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15 대비 세법개정안의 취지는 가계 소득을 높이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근로소득증대, 배당소득증대,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이 중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배당 촉진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개인 주주가 고배당 주식에 투자해 배당소득을 얻는 경우 원천징수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인하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주주 중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25%)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배당주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으로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것이다. 현재 국내 기업에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배당수익률은 연 1% 정도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위와 같은 세제개편을 해줘도 투자할 만한 유인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실제 배당을 하는 기업의 절대 배당액이 높아져야 투자자들의 투자유인이 높아질 것이기에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인할 정책을 내놓았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 중에서 투자와 임금, 배당액을 제외하고 보유하는 금액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것이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주요 골자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그동안 주주들에게 배당을 안하고 내부에 돈을 쌓아두었을까? 1900년대 후반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큰 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고성장의 시기에는 벌어들인 돈을 배당하기 보다는 더 좋은 투자처를 물색하여 투자하는 것이 기업가치와 주식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근접해가고,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기업들이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안은 점차 줄어들기 마련이다. 결국, 수익이 기업에 남아있는 것보다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하고, 주주들이 받은 배당소득으로 가계의 소득을 높여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목적인 셈이다.
배당주 투자 환경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현재 예금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1년 정기예금 금리는 2% 초중반을 기록하고 있고, 현재 물가상승률 1.4% 정도를 차감하면 실질적으로 예금으로 받아가는 수익률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종전 연 2.5%에서 2.25%로 인하하였다. 2010년 11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하락했으며,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역시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시중금리도 동반 하락하고 있어서 대한민국 국채를 3년간 보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도 연환산 2.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 시중금리와 배당주의 성과는 어떤 관계에 있었을까? 앞의 차트는 대표적인 시중금리 지표인 국고 3년과 KOSPI 200 대비 고배당지수의 상대강도 지표이다. 상대강도 지표가 상승할수록 KOSPI 200 대비 고배당지수의 상승률이 높다는 의미로, 2009년도 이후부터 금리와 상대강도가 역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즉,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KOSPI에 포함된 고배당주식의 성과가 KOSPI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며, 낮은 금리로 배당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배당주 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배당주 투자 확대를 들 수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위탁투자 방식에 배당주와 가치주 스타일을 신설하고 결정했다. 국내증시의 시가총액이 약 1,100조원 수준이며, 이 중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90조원 수준으로 국내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주요 상장기업의 대주주라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변화는 배당주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수급주체의 등장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시장 전반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기업 배당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정책에 부응하며 주요기업의 대주주로서 배당확대를 위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동향을 보면 국민연금은 적정 배당정책에 반하는 안건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그러한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실제 국민연금은 2011년 3,329억원, 2012년 6,244억원, 2013년 7,132억원의 배당수익을 기록했다. 그간 1% 초반의 시장 배당수익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고려해본다면, 연금 주식운용에 있어 배당수익률 제고가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배당주 투자 환경이 이렇듯 양호하지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이미 배당주들이 너무 많이 오르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하단의 차트에서 보는 것처럼 배당주 관련 펀드들은 KOSPI 지수뿐만 아니라 주요 성장형 펀드에 비해서도 월등히 앞선 성과를 보여주고 있고 자금 유입도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연말이 다가올 즈음에서야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반짝 늘어나곤 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배당관련 정책과 현재의 저금리 상황, 국민연금의 배당주 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개선 기대는 단기간 지속되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배당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계절적인 수요까지 더해져 올 하반기 내내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Summary
❶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활성화 대책에는 배당확대 관련 정책이 다수 포함
- 투자자 : 배당소득관련 세제개편
① 고배당주식에 대한 배당소득 원천징수 세율 인하
②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 선택 허용
- 기업 :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한 배당 확대 유도
❷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부 있으나, 저금리 환경의 지속, 국민연금의 배당주 투자 확대로 수급 양호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