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은 ‘완생’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비춰져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생’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미생’의 상태일 수 있으나, ‘완생’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투자의 개념을 포괄하는 ‘finance’란 금융을 뜻하는 용어는 라틴어의 ‘finis’에서 유래한다. ‘finis’는 영어로 ‘goal’, 그리고 한글로 번역하면 ‘목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결국, ‘finance’의 뜻도 ‘완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활동 즉, ‘미생’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미생’과 투자에는 공통점이 많다. 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어록을 통해 투자의 원칙과 올해 글로벌 금융 시장을 되돌아본다.
제1국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잊지 말자.”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한 목적이다. 무작정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는 투기라 할 수 있다. 투자에는 철학과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투자 철학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치주 혹은 성장주에 대한 투자, 펀더멘털 분석 혹은 기술적 분석에 근거한 투자, 사회책임기업에 대한 투자 등 시장을 보는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 투자 목적의 경우, 주택 구입 자금 혹은 노후 자금 마련과 같이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다. 더 범위를 넓힌다면 일상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이 될 수 있다. 자녀 학비 마련 혹은 결혼기념일 선물 마련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제2국 “싸움은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최적의 투자 타이밍이 있을까? 투자에 있어서 남녀노소의 제한은 없으나 좀 더 낳은 투자의 타이밍은 있다. 과거 사례에도 이를 활용한 투자 방법이 좋은 성과로 연결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가령 John Templeton경이 대공황 당시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중에서 주당 1달러 이하로 거래되고 있던 모든 종목을 100주씩 매수했는데,해당 종목들의 시세가 2차 대전 이후 증시가 본격 상승하면서 매입 가격 대비 몇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사례가 있다. 이렇듯 많은 투자의 대가들도 본질 가치대비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제3국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투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며 내공을 쌓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각종 변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정교한 논리를 세워서 투자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상황은 변하게 마련이다. 최초 투자 당시에 살폈던 투자 포인트의 변화와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점검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장기 투자하는 셈치고 자금을 특정 자산에 ‘묻어두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서 John Templeton의 사례를 보더라도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에만 투자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Templeton은 투자 대상에 대해 공부 한 후, ‘묻어뒀다’고 할 수 있다.
제4국 “강의를 듣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몸담아 애쓰는지 알게 된다. 보이는 것이 보여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영역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투자의 세계는 독립된 세계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 때문에 군중의 ‘심리’가 시세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막연한 기대감들이 모여 시세를 적정가치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버블을 형성하기도 한다. 투자의 역사는 말한다. 군중의 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버블이 꺼지기 전에 미리 매도를 한 투자자도 있는 반면, 불나방처럼 시세를 쫓다가 쪽박을 차는 투자자도 언제나 있다는 점을 ….보인다.
제5국 “인생은 끝없는 반복, 반복에 지치지 않은 자가 성취한다!”
경제에도 주기가 있듯이 투자에도 매수 타이밍과 매도 타이밍이 있다. 다른 말로 적절한 매수 타이밍과 매도 타이밍을 놓쳤을지라도 기다리다 보면 다시 기회가 찾아온다는 점을 일상 생활에서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KOSPI 지수의 경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2011년 이후 1,800~2,100pt 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보여왔다. 이 시기만을 놓고 본다면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동안, 박스권 상단과 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투자가 좋은 성과를 거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제6국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게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게 된다.”
투자에 있어 펀더멘털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가 상승과 하락은 결국 기업 이익의 증가 혹은 감소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데 올해 Apple의 주가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이익 모멘텀이 둔화되며 주가도 부진했던 Apple의 주가는 하반기 들어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는 결국 신제품 출시와 맞물려 이익 증가와 같은 펀더멘털 개선에 기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7국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어. 그 선택에 책임을 지라구.”
자산 배분은 투자에 있어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연준의 통화 완화 정책이 지속되며 대부분의 자산군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및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의 종료로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와 선진국 주식 및 채권 자산이 강세를 보였다. 반대로 신흥국 자산은 통화 변동성이 확대되었으며 원자재 가격은 신저가를 경신하며 약세를 보였다. 결국 투자 대상 선택 그리고 이에 대한 적절한 분산을 통해 리스크 관리 및 수익률 방어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제8국 “내 발등의 불은 먼저 끄셔야죠. ‘아생살타(나를 살리고 남을 치는 것)’란 말 몰라요?”
투자에서 목표 수익을 달성했을 때와 차익 실현과 함께 손실이 났을 때 적절한 손절매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손절매 타이밍을 잡기가 가장 어려운데 주식 투자의 경우 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의 rule of thumb
(의역하면 ‘어림잡아’라는 뜻의 표현)에 의하면 투자시점 대비 손실 폭(maximum drawdown)이 8% 이상으로 확대되는 시점이 매도 타이밍이라고 한다. 이는 손실 폭이 이 수준을 초과할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 10%의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10%는 비교적 단기에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률로 볼 수 있다. 손절매 기준대비 손실 폭이 더 클 경우, 이를 만회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S&P 500지수는 하락 폭이 가장 컸던 10월에도 8% 이내에 그치면서 반등 국면에서 전고점 회복까지 기간이 2주 정도로 비교적 짧았다.
제9국 “묘수, 혹은 꼼수는, 정수로 받습니다.”
투자에 있어 논리가 필요하다.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투자했다면 흔들릴 필요가 없다. 지난 10월 초 IMF의 보고서를 계기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며 글로벌 증시는 급락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미국 S&P 500 지수의 경우, 과거 지지선 역할을 했던 120일 이동평균선마저 아래로 뚫으며 추가 하락했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손절매를 했다. 그렇지만 주요 포인트였던 미국 경제 회복 및 기업 실적에 대한 확신 외에 단기 급락에 따라 벨류에이션 부담이 줄어 저가 매수의 기회란 결론을 내리고 보유 혹은 추가 투자를 결심했던 투자자들은 10월 말 지수 반등의 열매를 거둔 바 있다.
제10국 “그냥 두는 수라는 건 ‘우연’하게 둔 수인데 그래서는 이겨도 져도 배울 게 없어진단다.”
우연한 기회로 얻은 수익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가령 보유 중인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인수 및 합병(M&A)될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미리 공부를 한 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적정 가치는 어느 정도이며 M&A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주가가 적정 가격 이상으로 상승했다면 미련없이 매도를 하거나 추가적으로 공부해 합병 가능성 및 합병 이후 기업 가치 변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연한 기회에 주가 급등을 경험한 투자자의 경우 단순 차익 실현을 위해 ‘우연히’ 주식을 매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의 경우 보도 기사가 소문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주가가 다시 급락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제11국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하고 즐거운 일 있으면 웃고, 슬픈 일 있으면 울고. 자꾸 사람을 판단하려고 애쓰다가는 자기 시야에 갇히는 거거든. 정면으로 봐. 남을 파악한다는 게 결국 자기 생각 투자하는 거라고. 그러다 자기 자신에게 속아 넘어가는 거야.”
투자에 있어서 자기 주관이 필요하다. 철저한 공부를 통해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게 되면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투자 시점에서 고려했던 변수에 변화가 있을 경우 점검을 통해 지속 보유 혹은 추가 매수가 아니면 손절매를 결정하면 된다. 지인을 통해 혹은 주변의 권유로 특정 종목을 매수한다던지 혹은 잘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근거가 없는 소문 등에 의해 미리 매도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결국 본인이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기에 남의 눈치를 살피거나 주변의 의견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중심을 지킬 필요가 있다.
제12국 “판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무엇을 노리고, 무엇에 당황하고, 무엇에 즐거워하는지는, 판 안의 사람만 모르죠. 밖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데.”
가끔은 나무보다는 숲을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지정학적인 리스크로 인해 괜찮은 투자 기회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올해 신흥국 대표지수로 볼 수 있는 MSCI 신흥국 지수는 연초 이후 2%대 상승에 그친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및 중동의 이스라엘 주가지수는 각각 54%와 9% 이상 상승하였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리주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신 정부가 안정적인 국정 수행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가스 수송 계약의 원만한 타결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하마스와의 분쟁이 진행 중인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IT산업 위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13국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며 살아가는게 아닐까 싶어. 성공은요? 자기가 그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 아닌가?”
논리적 근거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현실에 맞는 수익률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포트폴리오 구성 및 운용이 중요하다. 올해 상반기 중 역사적으로 낮은 변동성 환경이 진행됐던 것과는 달리 하반기에는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 및 연준의 양적 완화 종료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해 세웠던 투자 목적에 근접한 성과를 달성했다면 지난 일년간 수고했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칭찬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제14국 ‘미생’에서 ‘완생’으로
미완성의 존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미생’과 투자라는 개념간 공통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드라마 ‘미생’에 등장하는 어록을 통해 투자의 원칙과 함께 올해 글로벌 금융 시장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각자 계획하고 있는 투자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미의 ‘완생’을 이루길 희망한다.